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74)
소풍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듯 소중한 사람과의 아득한 이별 앞에서, 우리는 흔히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절망을 겪는다.세상의 모든 불행이 오직 나에게만 쏟아지는 것 같아 억울하고 원통한 마음에 주저앉게 된다.하지만 그 깊은 슬픔의 늪에 영원히 머물 수만은 없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눈물을 닦고 현실로 고개를 돌리면, 여전히 나의 흔들림 없는 걸음을 기대하고 의지하며 바라보는 또 다른 소중한 이들이 곁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다시 일어서야 한다. 하지만 억지로 잊으려 애쓰거나 상처를 덮어두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남겨진 자의 슬픔을 덜어내는 가장 지혜로운 방법은,떠난 이의 부재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바꾸는 데 있다.이별을 잔혹한 상실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이 세상에서 자신만의 눈부신 가치를 증명하고'삶의 마..
이별 후에 시간 시간이라는 것 "슬픔의 끝은 어디일까? 언제쯤 나에게도 진실하고 애틋한 사랑이 올까." 이별이 남기고 간 텅 빈 자리 앞에서는 누구나 한 번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슬픔에 압도된다.가슴이 저리도록 눈물을 쏟아내며, 다시는 새로운 인연이나 눈부신 사랑 같은 것은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 지레 절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날카로운 아픔도 영원히 그 자리에 머물지는 않는다. 우리의 마음은 생각보다 훨씬 더 질기고 강인해서,베인 상처의 쓰라림은 잠시일 뿐 이내 낯선 새로움에 조용히 적응해 나간다.끝이 없을 것처럼 맹렬하게 몰아치던 이별의 슬픔도,하루하루 성실하게 쌓이는 시간 앞에서는 결국 서서히 그 농도가 옅어지며 흔적조차 희미해지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니 지나간 인연의 뒷모습을 보며 하염없이 눈물짓는 대신,이..
완벽한 사랑의 조건, 기꺼이 너의 세계로 걷는 일 우리는 종종 내 안에서 끓어오르는 벅찬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그것을 상대에게 쏟아붓고는 사랑이라 믿는다. 내가 아끼는 좋은 것, 내가 생각하기에 가치 있는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며 스스로의 헌신에 감동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때로 상대를 향한 온전한 사랑이 아니라, '사랑을 베푸는 내 모습'에 취한 자기애의 변형일지도 모른다. 진정한 사랑의 출발선은 내가 중심이 되는 그 에고(Ego)의 세계를 조용히 벗어나는 데서 시작된다.바라는 마음 없이 먼저 내어주기어떤 대가나 보상, 심지어 다정한 눈빛이나 고맙다는 말조차 기대하지 않고 그저 내어주고 싶은 마음. 사랑은 철저한 무소유의 태도로 타인을 향해 손을 뻗을 때 비로소 움튼다. 계산기를 두드리지 않고, 내 마음의 잔고를 확인하지 않은 채 먼저 주고 싶은 순..
사랑의 불씨 [에세이] 꺼지지 않을 다정한 불씨"네가 여전히 좋은데 예쁘기까지 하면 어떡해? 거기다가 사랑스러워 네 생각에 푹 빠졌다. 너를 생각하면 하루가 빛나는 햇살처럼 아름다워 심장이 터질 것 같아 너를 보면 설렌다."누군가를 향한 감정이 이토록 거침없이 쏟아지는 순간이 있다. 온통 한 사람의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고, 그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무채색이었던 일상이 단숨에 눈부신 햇살처럼 반짝인다. 마주칠 때면 당장이라도 터져버릴 듯 심장이 요동치는 이 벅찬 감정은, 마치 메마른 들판에 순식간에 번져가는 뜨거운 불꽃과도 같다.하지만 세상의 모든 강렬한 불꽃이 영원히 활활 타오를 수만은 없는 법이다. 맹렬하게 타오르던 장작이 어느새 하얀 재를 남기고 사그라지듯, 걷잡을 수 없이 쏟아지던 찰나의 설렘도 시간이 흐..
사랑이 세상에 머무는 방식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이름의 다정함을 마주한다. 누군가에게 고개 숙여 진심을 전하는 '감사', 대가 없이 조용히 곁에 남겨두는 '은혜', 사람을 향해 기꺼이 손을 내미는 '인(仁)', 그리고 이 험난한 세상을 너그럽게 품어내는 '덕(德)'까지. 이들은 저마다 다른 얼굴과 다른 온도를 지닌 듯 보이지만, 그 깊은 뿌리를 가만히 더듬어 내려가다 보면 결국 하나의 뜨거운 심장과 맞닿아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 심장의 이름은 다름 아닌 '사랑'이다.사랑은 결코 한 가지 모습으로만 고집스럽게 머물지 않는다. 때로는 겸손하게 고개를 숙이는 인사로, 때로는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은은한 온기로 우리 삶에 조용히 스며든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기 위해 먼저 손을 내미는 용기 또한 사랑의 또 다른..
마음이 번져 세상을 적시는 시간 우리는 종종 타인을, 그리고 나 자신을 특정한 틀과 기대에 맞추려 애를 쓴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다름을 마주할 때면 기어이 그것을 고쳐놓으려 하고, 그 과정에서 관계는 삐걱거리며 마음에는 생채기가 남는다. 하지만 진정한 관계의 시작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서로 인정하고, 이해하며, 온전히 받아들이는 그 담백한 마음에서부터 출발한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결코 수동적인 방관이나 체념이 아니다. 그것은 내 안의 뾰족한 편견을 깎아내고 모난 감정을 매끄럽게 다듬어가는, 치열하고도 숭고한 '벼림'의 과정이다. 뜨거운 불길 속에서 쇠를 두드려 명검을 만들어내듯, 우리의 마음도 타인의 다름을 수용하는 담금질을 거칠 때 비로소 타인의 아픔에 떨림을 느끼는 '공감'과 깊은 '상호이해'의 상태로 나아갈..
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궤적 세상에서 말하는 '좋은 사람'의 기준을 가만히 헤아려본다. 마주치면 주변까지 환해지는 밝은 웃음, 매사를 너그럽게 품어내는 긍정적인 생각, 사람의 마음을 녹이는 부드럽고 다정한 인사. 거기에 더해 굳건하게 지켜내는 약속과 신뢰, 상황을 유연하게 풀어가는 센스, 타인의 어려움에 기꺼이 손을 뻗는 적극적인 도움까지. 하나같이 빛나고 아름다운 덕목들이다. 그러나 이 완벽해 보이는 목록들 앞에서 내 모습을 찬찬히 비추어 보면, 이내 부끄러움이다. 나는 과연 저 모든 것을 온전히 갖춘 사람일까. 때로는 삶의 무게에 눌려 미소를 잃기도 하고, 긍정보다는 걱정이 앞서 마음이 어두워질 때도 있다. 굳게 다짐했던 약속 앞에서 흔들리기도 하며, 누군가에게 선뜻 온기를 내어주기에 내 안의 여유가 턱없이 부족함을 느낄 때도 ..
타인의 기쁨에 진심으로 '우와' 하고 환호할 수 있다면 일상에서 슬픔보다는 기쁨을 누리는 것이 분명 더 큰 행복일 텐데, 왜 우리는 슬픔을 나누는 일에는 기꺼이 손을 내밀면서도 기쁨을 함께 나누는 데는 마음이 야박해지는 걸까?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처럼, 타인의 경사에 마냥 기뻐하기보다 묘한 시기심이 먼저 고개를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내 안의 여유가 부족하거나 마음의 결핍 때문은 아닐까 돌아보게 된다. 문득 예전 김제동 토크쇼에서 소개된 어느 초등학생들의 대답이 떠오른다. ‘사촌이 논을 사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한 아이는 “일단 가서 보고 나서 배가 아플지 안 아플지 결정하겠다”고 했고, 또 다른 아이는 순수하게 “우와, 좋겠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어른들의 씁쓸한 속담에 던져진 아이들의 해맑은 응답은, 우리가 잊고 살..